반응형 전체 글379 여기, 찰나(刹那)의 응시 Carpe Diem in a Fleeting World관계의 유리(隔離)는 타자의 절편(切片) 속에 묻어난 지향(指向)의 부재를 직감하는 기제의 도피일 뿐, 시간의 유수(流水)속 지속하는 타자의 얼굴을 하나의 투사(投射)로 통합할 수 없다. 하여 유리 끝 심중의 상흔(傷痕)은 아지랑이처럼 흩어지고 박제된 잔영만 남는다.여기, 찰나(刹那)의 응시만이 애틋하다. 2026. 10. 26. 시간과 타자. 책리뷰 0-6 > 데카르트적 사고(내재의 동일자 속에 고립)의 비판 & 드라마 도깨비 제가 드라마 [도깨비]를 정주행한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드라마의 남주인공 공유와 제가 거의 데칼코마니로 착각할 정도로 외모가 판박이라는 소문 때문이었죠.(믿거나 말거나 말입니다. ㅋㅋ) 겨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정주행을 하던 중,제 시선을 오랫동안 머물게 된 곳은 단순한 청춘 남여의 로맨스도 아닌,나와 꼭 닮은 남주의 눈부신 외모도 아닌,남주(공유 분)이 짊어진 900년이라는 무거운 시공간이었습니다. 가슴에 검을 꽂은 채 불멸의 세월을 살아온 김신(공유 분). 그에게 흐르는 시간이란 대체 어떤 의미였을까요? 어제와 똑같은 오늘,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일. 누구도 그를 간섭할 수 없고 그 어떤 세상의 이치도 그를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철저히 혼자만의 세계에서 무한한 권능과 풍요를 누렸지만, 그.. 2026. 10. 26. 잉여(剩餘)와 결핍(缺乏)의 관계론 그리고 지평의 융합 탐욕도 때론 포용의 대상이 된다. 잉여(剩餘)가 탐욕의 산출물이기 전에, 결핍(缺乏)이 가진 막연한 지양성(止揚性)①에 대한 완충이기 때문이다.우리는 타인의 탐욕을 무조건 비난하지만, 그 탐욕도 때로는 우리가 이해하고 품어주어야 할 대상이다. 왜냐하면 탐욕이 만들어낸 과도한 물질이나 스펙(잉여)은, 단지 욕심이 많아서 생겨난 결과물이기 전에, 내면의 부족함(결핍)을 마주했을 때 그것을 본능적으로 피하고 거부하려는(지양성) 인간의 수동적인 불안감을 달래주는 '존재론적 보호막(완충)'이기 때문이다.우리는 흔히 타인의 비대한 소유욕을 단순한 도덕적 타락으로 재단하며 나의 협소한 틀 안에서 대상화한다. 그러나 한자의 어원을 파헤쳐보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앎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해진다. 정답만을 주입받.. 2026. 10. 26. 젠더 갈등, 인정 욕구와 헌신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책리뷰 : 10월 점묘(點描) 오늘날 젠더 갈등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병역 복무 문제입니다. 청년 남성들은 20대의 귀중한 시간을 바친 군 복무가 제대로 된 사회적 인정이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인생의 기회비용과 손실로 처리된다는 깊은 박탈감을 느끼곤 합니다. 반면 여성들 역시 사회 진입기의 불안이나 일상적 안전의 위협 속에서, 남성 중심적 병역 논리로 인해 자신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한다고 호소하죠. 캐롤라인 크리아도 페레스는 저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에서 세상이 남성을 기본값(Default)으로 설정하여 여성의 노동, 건강, 안전 데이터를 누락시키는 데이터 공백(Gender Data Gap)을 지적했습니다. 일터의 장비부터 의학 연구, 도시 설계에 이르기까지 표준에서 광범위하게 배제되었던 여성들의 삶은 오랫동안 구조적 소외.. 2026. 10. 25. 프로스펙트 이론 Prospect Theory 과 빠따의 심리학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독후 중2 시절, 벌써 38년 전의 일이네요.ㅎㅎ 롤라장 개근과 맞바꾼 기말고사 성적의 급락으로 인해 교실 앞에 일렬로 줄을 서서 차례대로 '빠따'를 맞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줄 서 있을 때의 아득한 공포는 정작 당구 큣대가 엉덩이에 떨어지는 순간의 통증보다 훨씬 어마무시했죠. 이처럼 인간에게는 다가올 손실과 통증을 기다리는 그 프레임 속에 갇혀 있을 때가 가장 아프고 시린 법입니다. 맨 앞에서 큣대의 강도를 모른 채 '첫 빠따'를 맞고 돌아서던 동기의 담담한(때론 고통스러운) 표정들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군부 독재 시절의 기억이라 그저 순응했고 40여년이 지난 지금은 웃고 있지만, 그게 과연 그리 맞을 일이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긴 합니다.^^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 2026. 10. 25. 노마디즘 Nomadism >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독후: 옥창(獄窓) 속의 역마(驛馬) 맑은 수정을 빚는 노마디즘(Nomadism)기독교기사 전설들 속 파르치팔(Parzival)은 세상의 위험과 피비린내로부터 그를 보호하려는 어머니의 안락한 울타리 안에서 자랐습니다. 깊은 숲속에서의 고립된 삶은 물론 안전했지만, 세상과의 차단은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울타리를 넘어 길 위로 나선 파르치팔에게 세상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Reiner Tor)'라는 낙인(Stigma)을 찍었습니다. 세속의 계산이나 계급적 규범, 기사단의 정교한 규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착지의 시스템은 자신들이 구축한 수직적 위계에 포섭되지 않는 자를 '바보'라 불러 배척하고, 담장 바깥을 떠도는 이들에게 '길신[道神]'이 씌었다며 통제의 표식을 남깁니다.그러나 관점을 바꾸는 순간 이 낙인은 반전됩니다... 2026. 10. 25. 이전 1 2 3 4 ··· 6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