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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의 황금사과 & 갈라치기(Divide and rule) 인간 영웅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에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이 숟가락을 얹었으나, 오직 불화의 여신 에리스①만은 축제의 평화를 해친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입구 컷을 당했다. 이에 개 빡친 에리스는 신들의 눈이 가장 잘 돌아가는 연회장 한복판에 황금사과② 한 개를 던지고 사라졌는데, 그 표면에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To the fairest)'라는 지독하게 어그로를 끄는 문구만이 새겨져 있었다. 잔치는 순식간에 아사리판으로 변했고, 올림포스에서 방귀 좀 낸다는 세 여신,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가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며 잔혹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사과를 쥔 자만이 절대적인 '선(善)과 최선'의 화신이 될 수 있다는 프레임이 짜이자마자 어제의 자매들은 오늘의 원수가 되었고, 스스로를 고결.. 2026. 9. 23.
에우다이모니아 vs 부엔 비비르 ◈ 행복의 두 방향 행복하냐는 질문은 쉽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이냐고 물으면 조금 난해해진다. 돈이 많으면 행복한가. 원하는 일을 하면 행복한가.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행복한가. 모두 맞는 말이지만, 조금씩 부족하여 허기를 채우지 못한다. 돈은 필요한데 돈만으로는 허전하고, 혼자 원하는 일을 이루어도 함께 기뻐할 사람이 없으면 기쁨은 금세 마른다. 반대로 관계가 아무리 좋아도 내 삶을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이 없으면, 그것 역시 오래 버티기 어렵기 마련이다.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①와 부엔 비비르(Buen Vivir)④는 '잘 산다'는 질문에 서로 다른 방향에서 다가온다. 하나는 내면을 향하고, 다른 하나는 관계와 공동체를 향한다. 그러나 둘은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다. .. 2026. 9. 22.
티르 Týr "대게의 경우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미래로 도망친다.그들은 시간의 축 위에 선이 하나 있고 그 너머에는 현재의 고통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고 상상한다."-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이 도피의 심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기묘한 방식으로 변주된다.여기서 정작 실종된 것은 고통의 진정한 인과(因果)다. 우리 사회는 고통의 구조적 뿌리를 철저히 은폐한 채, 그 상흔을 오롯이 개인의 무능과 나태라는 낙인으로 되돌린다. 나아가 생각만 바꾸면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싸구려 긍정주의를 주입하며, 대중을 실체 없는 내일로 망명시킨다. 구조적 모순에 침묵하는 비굴함의 인플레이션이, 거대한 사회적 착시를 끊임없이 고도화하고 있는 작금의 대한민국에 티르의 공정과.. 2026. 9. 21.
가을 단상 눈을 뜨니 해사한 얼굴이 수줍게 찰나를 스치고, 놀라 감으니 아스름하이 잔잔하다. 이렇게 가을은 잿빛 잎새마저 너울치고 단상(斷想)위에 가만히 내려앉는다. 2026. 9. 18.
[월든] 독후 18. 맺음말 - 붓다(Buddha) '눈을 뜬 자' 18장 {맺음말}은 소로가 2년간의 월든 호숫가 생활을 정리하며 우리에게 던지는 간절한 외침입니다. 인간이 오랜 타성과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영성(靈性)의 도야를 위해 새벽을 맞이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어려운 메타포가 없는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어 주석 없이 본문을 전합니다. 우리는 놀랍게도, 아주 손쉽게 또는 무감각하게 어떤 특정 길로 빠져들어 그 고정된 길로만 간다.지구의 표면은 부드러워서 사람들의 발자국을 잘 담아낸다. 마음이 여행하는 길 또한 그러하다.세상의 큰길은 얼마나 사람이 자주 다니고, 그래서 얼마나 먼지가 많은가.전통과 관습이 그 길 위에 남긴 자국은 얼마나 깊은가!나는 편안한 선실 여행을 하고 싶지 않다.그보다는 세상의 돛대 앞으로, 갑판 위로 올라가고 싶다.거기서 산간 지대의 .. 2026. 9. 17.
[월든] 리뷰 17. 봄 [광해, 왕이 된 남자] [월든] 리뷰 17. 봄 [광해, 왕이 된 남자] 17장은 소로가 2년간의 월든 생활을 봄과 함께 마치며 대자연과 함께 새로운 호흡으로 재탄생하는 장입니다. 소로의 문장이 만드는 개화하는 봄의 묘사가 제 입가를 수줍게 만드네요. 감히 소로의 감성을 망칠 수 없는 문장들로 별도의 주석없이 한번 읽어 보시길 강권합니다. 이하 본문입니다.나는 기온 변화를 깨닫지 못하지만,호수는 그 변화를 알고 있었다.그처럼 크고 차갑고 두터운 피부(빙판)를 가진 호수가 그리도 민감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그러나 호수는 그 나름의 법칙을 갖고 있었고.그리하여 천둥 쳐야 할 때는 천둥을 침으로써 거기에 순종했다.봄이 되면 싹들이 돋아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대지는 갑자가 살아났고 연하고 작은 싹들로 뒤덮였다.아무리 낡은.. 202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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