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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알베르 카뮈 [시지프의 신화] 독후 0. 부조리

by 홍보살 2026. 7. 19.

간혹 나의 산문에 달린 댓글 중에
[시지프의 신화]를 읽고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나 역사 마찬가지겠으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용기가 내겐 충만하다.^^

더불어 얼마 전 지인이 긴 시간에 걸쳐 완독했다는 말을 듣을 후
remind 차원애서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우선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는 대한민국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그가 사용하는 환유와 은유를 이해하기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역사적 배경과 그가 천착한 부조리 사유를 위해 탐독한
다양한 문학 작품 등의 개략적 의미라도 습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페이지도 채 안 되는 만만히 볼 분량이지만,
그의 부조리 3부작 중 하나인 [이방인]이 글 전체에 부조리를 상징하는 하나의 메타포였다면,
[시지프의 신화]는 하나의 문장 혹은 몇 개의 연결 문장마다 함의된 은유와 환유가
독자들의 중도 포기 혹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극적 대조를 만들어 낸다.

그럼에도 9할의 독자들은 중도 포기하거나
책 전체의 함의를 피상적으로 소비하게 된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신영복 선생의 조언처럼
삼독(텍스트에 충실한 읽기, 필자의 서사를 읽기, 자신의 서사 안에서 대화하기)과
다독(한 권의 책을 여러 번 곱씹어 읽기) 아닐까 싶다.

그만큼 카뮈의 [시지프의 신화]는 가볍게 접근할 수 없는 책이 맞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가지 의미만이라도 머릿속에 확실히 담아 두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삽질을 더 추천하긴 하지만
이미 나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된 확장된 개념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카뮈 역시 고대 사상가와 근대·현대 그리고 당대의 다양한 현자들과의
마주침으로 생겨난 주름으로 나를 변론한다.

사지프의 신화


부조리란?
카뮈에게 부조리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갈망하는 인간의 이성과
철저히 침묵하는 무관심한 세계가 충돌하는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키아누 리브스)의 이름(NEO → ONE)에서도 묘사되 듯
인간은 뚜렷한 기복적 우주관에 기반한 하나의 법칙으로 통일하려는 예속적 습속이 있지만,

우주는 영원성과 절대성을 거부하며
오직 파편화된 '우연'으로 인간과 무관심하게 병치된 상태일 뿐이다.

직관적으로 인간이
필연적인 죽음이라는 유한성(메멘토 모리, Memento Mori)의 선고를 명증하게 자각하는 순간,
인간은 내세, 절대자 혹은 초월성이라는 가짜 희망을 소멸시킨다.

바로 이 순간 부조리한 인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러나 카뮈가 지향하는 부조리는
일반적인 니힐리즘, 염세주의 혹은 체념과는 다르다.

즉, 부조리와의 조응을 회피하는 자살은 지양하며,
사형 집행을 앞둔 순간 현재의 시간에 모든 에너지와 의미를 합일하는
사형수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지향한다.

이러한 부조리 앞에서 세속적 가치의 위계는 무화된다.

내세의 구원이라는 질(Quality) 높은 가짜 희망을 빼앗긴 사형수에게 남은 것은, 
오직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허락된 무수한 시간의 양(Quantity)을 
단 1초도 놓치지 않고 온몸으로 살아내는 것뿐이다. 
이것이 카뮈가 말하는 '양의 철학'이다.

철저하게 소외된 어떠한 각본도 존재하지 않는
우연(숙명이 아닌 운명)성의 긍정과 이를 능동적으로 직시하고 포용하는 '반항(회피 - 자살이나 종교적 도피가 아닌)'이야말로,
거짓 기복이 소멸된 세상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존엄이자 진정한 해방이라고...


카뮈는 [시지프의 신화]의 첫 문장

참으로 중대한 철학적 문제는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자살이다


에서 설파한 것처럼, '죽음' 앞의 유한성에 마주함에서
회피하거나 기복에 귀의하는 의존적이고 피상적인 이론이 아닌,
보다 실천적으로 천착한 철학자로 보인다.

이어지는 독후에서 재차 언급하겠지만, 부조리는 무책임이 아니고
사르트르가 말한 것처럼 무한한 책임을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 주앙)그는 벌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기의 규칙이다.
그러나 내기의 모든 규칙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바로 그의 고결함이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옳다는 것,
벌(罸)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나의 운명은 벌이 아니다.
- 101p

 


그리고 카뮈는 생애 내내 저항했고 타협하지 않았다.
사르트르가 말하는 앙가주망(참여) 속에 내재된 폭력에
명확하게 반대했던 그의 가슴은 따스했다.

마지막으로 [시지프의 신화] 속 시지프와 교감한 카뮈의 주름과
그의 소설 [이방인] 주인공 뫼르소가 사형 집행을 앞둔 마지막 밤의 고백을 함께 하고 싶다.

시지프 신화

 

"우리는 시지프가 행복하다고 상상해야 한다."

뫼르소

 

"세계가 그토록 나와 닮았고,
마침내 형제 같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내가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여전히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세계의 눈부신 무관심에 내 마음을 열었다."
- [이방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