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에서는 낭만적 사랑에서 합류적 사랑으로 친밀성의 구조변동 과정에서의 순수한 관계에 대해 설명하고
사회화 과정과 병립하여 상세하게 기술한다.

역시 붉은 색으로 기술한 부분은 사견이며 주석을 제외한 푸른색은 책꼽문이다.
어색한 용어의 경우 독후의 인트로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https://hongbosal.tistory.com/m/262
대부분의 소녀들은 초기 성경험의 일부로서 처녀성을 지킬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를 별다른 문제로 여기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오히려 어떻게 올바른 시간과 환경을 선택할 것인가이다.
그 사건은 낭만적 서사와 직접 연결된다.
(...)
나의 섹슈얼리티는 나에게 내 인생의 미래 향방을 결정하도록 해 줄 것인가
미래의 낭만적 시나리오가 성취될 수 있을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하나의 테스트인 것이다.
이 소녀들에게 추구의 로맨스는,
추구하라는 말 자체가 암시하듯,
'언젠가 나의 왕자님이 나타날 거야'와 같은 일련의 수동적 열망들이 아니다.
그것은 여러 면에서 고통스럽고 불안에 찬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올 미래의 시간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다.
(...)
10대 소녀들은...
섹스와 재생산의 연관을 파괴하는 데 반대하며 우려했던 바로 그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강제의 문제가 아니라 전망의 문제이다.
그것은 섹스와 로맨스 그리고 친밀성의 해체에 직면할 것을 요구하며,
양 성 간의 거래를 다시 협상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과제가 주는 과도한 긴장감 때문에 이중기준의 인정, 모성의 꿈, 영원한 사랑에 대한 희망 같은 것으로 후퇴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
대부분의 남성과는 대조적으로 대다수 여성들은 여전히 외부 세계로의 진입을 애착 관계의 형성과 동일시하고 있다.
심리학자 캐럴 길리건은 자신의 저서 [다른 목소리(In a Different Voice)]에서
남성은 분리와 독립을 통해 사회화되는 반면, 여성은 연결과 애착을 통해 사회화된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남성 연대성의 의례들과 결합되어 있으며 물질적 보상이 부여하는, 남자들 가운데서의 지위를 원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남성은 모더니티가 발전해 온 궤적의 중요 경향을 잘못 읽고 있는 것이다.
남자들은 일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 할 뿐,
자아의 성찰적 기획은 미래를 향해 정연한 서사를 투사하기 위해
반드시 과거의 감정적 재구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무의식적인 감정적 의존이야말로,
남성들이 여성들에게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던 바로 그 미스테리였던 것이다.
(...)
최근 시기에 와서 낭만적 사랑의 이상은
여성의 성적인 해방과 자율성의 압력 아래 파편화되는 경향이 있다.
낭만적 사랑 복합체와 순수한 관계 사이의 충돌은 다양한 형태를 띤다.
(...)
낭만적 사랑은 장래의 파트너들이 서로 매혹되고 연결되는 수단으로서 ⓐ투사적 동일시에 의존한다.
여기서 투사는 타자와의 일체감을 창조하며,
이는 의심할 바 없이 남성성과 여성성 사이의 정립된 차이에 의해 강화된다.
이 남성성과 여성성은 각기 안티테제의 관점에서 정의된다.
투사적 동일시는 친밀성에 의존해 지속되는 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보이기,
즉 내가 합류적 사랑(confluent love: 각기 따로 흘러오던 두 개의 지류가 합쳐져 하나의 강물이 흐르는 듯,
두 사람의 정체성이 과거에 각기 달랐음을 인정한
위에서 다가오는 미래의 시간을 향해 사랑의 유대를 공유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협상해 가는 그러한 사랑)이라 부르는 조건은,
어떤 면에서 투사적 동일시의 대립물이다.
비록 그런 동일시가 때때로 합류적 사랑에로의 길을 열어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합류적 사랑은 능동적이고 우발적인 사랑이며,
그 안에서 낭만적 사랑 복합체가 가진 '영원한', '하나뿐이며 유일한' 특성과 어긋난다.
오늘날 여기 '별거하고 이혼하는 사회'는 합류적 사랑이 부상한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의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합류적 사랑이 현실적 가능성으로 점점 더 강화될수록,
'특별한 사람'의 발견이 갖는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특별한 관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
낭만적 사랑은 권력 면에서 철저히 비대칭적이다.
낭만적 사랑에 대한 여성들의 꿈은 너무나 자주 완강한 가정적 종속으로 이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합류적 사랑은 감정적인 give and take(내가 너를 사랑하는 만큼 너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에서 평등을 선취하는데,
사랑의 유대가 순수한 관계의 원형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욱 그러하다.
이런 사랑은 친밀성이 발전하는 만큼,
그리고 파트너 각자가 상대에게 자기 관심과 욕구를 드러내고
서로에게 민감해질 준비가 되어 있는 정도만큼 그만큼씩 발전한다.
그러나 남성의 숨겨진 감정적 의존은 이렇게 상대에게 민감해질 수 있는 남성의 의지와 능력을 억제했고,
낭만적 사랑 복합체는 어느 정도 이런 성향을 뒷받침해 왔다.
종종 냉정하고 접근하기 힘든 존재가 바람직한 남성으로 표상되어 왔다는 의미에서,
그러나 여기서 논의되는 합류적 사랑은 겉으로 드러나는 이런 특징들을 해소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남성도 자신의 감정적 감수성을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게 해 준다.
낭만적 사랑은 성적인 사랑이지만,
관능의 기술은 포함하지 않는다.
낭만적 사랑, 특히 로맨스에 대한 환상 형태는,
낭만적 사랑 자체가 일으키는 매우 에로틱한 효력이 성적인 만족과 행복을 보장한다고 가정한다.
(이에 반해) 합류적 사랑은 관능의 기술을 결혼 관계의 핵심에 도입한 최초의 사랑 형태이며,
그리하여 성적 쾌락의 상호적 성취를 결혼 관계의 유지 또는 해소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만들었다.
(...)
-->
사랑하는 마음이 기저에 있으면 모든 섹스가 즐겁다?
간지러움과 오르가즘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환상특급 속에서 홀로 여행하는 것일 뿐이다.
순수한 관계를 지탱해 주는 것은,
파트너 각자가 관계에서 얻는 혜택이 관계의 지속을 가치 있게 만들 만큼 충분히 크다는 데 대한 당사자 모두의 인정이다.
-->
순수한 관계의 지속에 대한 다른 시선도 존재한다.
"나는 동시에 욕망하며 욕구한다.
욕망(desir)이 욕구(besoin)에 짓눌린다.
바로 거기에 사랑 감정의 집요한 사실이 있다.
: 롤랑 바르트 - [사랑의 단상]"
우리는 생 전반에 걸친 무수한 관계 속에서 욕망이 욕구에 짓눌리는 현상을 자주 목도하게 된다.
가장 흔히 하는 행동으로 대상의 통제 욕구가 그것이다.
연애 초기 순수한 욕망은 상대방의 독특한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으로 시작된다.
즉 기든스가 말하는 합류적 사랑이다.
허나 연애가 막상 시작되거나 지속되면 우리는 습관적 혹은 통념적 시선에 휩쓸려 욕구에 짓눌리게 된다.
가령 내 정서적 안정(결핍)을 위해 상대의 인간관계, 취미, 옷차림을 통제하려 드는 행위 등이다.
상대의 존재 자체를 욕망하기보다, 내 통제 욕구를 채우는 관계의 도구화가 되는 순간이다.
이에 대해 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객체를 아토포스(Atopos: 분류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독창적인 존재)라 규정한다.
주체는 객체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유하고 싶어 하지만,
객체는 늘 주체의 이성과 통제를 벗어나 있다는 것이며
이 무지가 주체를 더욱 흥분시키고,
욕망을 지속시키는 근원이 된다고 한다.

기든스는 여전히 수동적이며 환타지 소설 속 낭만적인 사랑으로 퇴보하고픈 여성들의 심리 또한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는 '순수한 관계'가 가지는 외부의 제도적 보호막이 사라진 상태에서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리스크 대한 불안감을 내포함에서 기인한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흔히 듣는 '취집'이란 단어 역시
성찰적이며 능동적인 독립의 피로감을 피해 수동적인 과거 낭만적 사랑으로 퇴보하려는 여성들의 심리인 것이다.
어떠한 변화에도 늘 백래시(Backlash)가 존재하는 법이며 무임승차를 원하는 인간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에 시공간의 괴리 존재 또한 수용해야 한다.
ⓐ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
대상관계 이론의 선구자인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이 처음 제안한 개념이다.
개인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불안, 분노, 죄책감 등의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한 후,
상대가 실제 그 감정대로 느끼고 행동하게끔 유도하는 강력한 무의식적 방어기제이다.

#순수한관계, #친밀성의구조변동, #투사적동일시, #관계의도구화, #취집, #아토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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