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인간학 독후의 마지막이다.
바로 본문 중 발췌한 부분과 나의 생각이나 인용은 붉은 색으로 표시하도록 하겠다.

시청각은 말과 이미지의 장점을 조합했으나 또한 단점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롤랑 바르트가 사진술에 대해서 말했던 것처럼 말과 이미지는
"그것의 현실에 대한 밀착,
그것의 휘발성, 그것의 주관성,
그리고 그것의 상황에 따른 가치"
라고 하는 결점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문자는 하나의 정착된 권위를 통해 필수불가결한 타당성을 확보...
이 부분은 롤랑 바르트가 제시한 시청각(말과 이미지)이 가진 4가지 결점에 대해서 서술한 부분으로 첨언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1. 그것의 현실에 대한 밀착
이미지나 말은 언제나 구체적인 현실 속 장면 혹은 상황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하는 말로,
현실을 넘어선 추상적인 사유(상상)나 초월적 인식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초월적 인식의 가능성을 제한
2. 그것의 휘발성
빠르게 흘러가는 말이나 순식간에 지나가는(수면 시) 해마에 저장(베르그손이 말하는 순수 기억)되기 어렵고
단순히 그 순간의 감각적 자극만 남긴 채 쉽게 사라져 버린다.
3. 그것의 주관성
이미지와 말은 각 개인들의 서사들과 마주하며 새로운 주름으로 남는다고(베르그손과 들뢰즈가) 설파했듯
말과 이미지는 고정된 동일성이 아니라 유동적이라는 말이다.
4. 그리고 그것의 상황에 따른 가치
3번과 마찬가지로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통찰(기억과 차이 그리고 반복)을 참고하면 좋겠다.
전자 디지털 세계에서 복제는
그 본질을 변화시켰으니 복제는 더 이상 원본의 질 떨어진 대체물,
원본의 부산물이 아닙니다.
디지털 파일의 복제본은 엄격히 말해 원본 파일과 동일합니다.
(...)
원본과 복제품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 판단의 근거가 되었던
일체의 서열화가 디지털 시대에는 붕괴되고 있는 것이지요.
디지털 시대에 복제본이 원본과 완벽히 동일해지면서,
과거 원본과 복제 사이의 위계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플라톤의 위계적 표현을 빌려보자면
이데아(원본) > 에이콘(원본의 참다운 혹은 근접한 복제) > 판타스마(Phantasma = 시뮬라크르 : 원본과 무관한 혹은 무시한 복제)
로 이어지는 위계 구조가 근대까지 이어져 왔던 것이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를 시작으로
영화 매트릭스의 정초가 된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4단계 이론을 참고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1단계: 깊은 사실의 반영 (Reflected Reality)
정의: 이미지가 현실의 선하고 정직한 복사본(에이콘) 역할을 하는 단계이다.
특징: 원본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미지는 그 원본을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재현한다.
예시: 인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초상화나 증명사진.
2단계: 깊은 사실의 은폐와 왜곡 (Masked Reality)
정의: 이미지가 현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는 부정적인 복사본 역할을 하는 단계이다.
특징: 현실의 원본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미지가 교묘한 방식으로 본질을 비틀거나 숨겨 인간을 기만한다.
플라톤이 말한 판타스마의 성격이 나타난다.
예시: 결점을 감추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는 과도하게 기만적인 사진 보정(필터)이나 왜곡된 프로파간다 포스터등등
3단계: 깊은 사실의 부재를 은폐 (Masked Absence of Reality)
정의: 이미지가 '현실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는 단계이다.
특징: 이 단계의 이미지는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거대한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이미지는 알맹이가 텅 빈 '부재'의 상태를 그럴듯한 껍데기로 은폐한다.
예시: 디즈니랜드. 보드리야르는 디즈니랜드라는 완벽한 가상 공간이 존재함으로써, 그 바깥의 '진짜 미국 사회(현실)'가 마치 이성적이고 실제적인 공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4단계: 실재와의 관계 단절 및 순수 시뮬라크르 (Pure Simulacrum = 하이퍼리얼)
정의: 이미지가 현실과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으며, 스스로가 순수한 가상이 되는 단계이다.
특징: 원본(이데아)은 완전히 소멸했다. 복제물(시뮬라크르)들이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며 자기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가상이 현실을 압도하여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이퍼리얼(Hyperreal)의 상태가 완성된다.
예시: SNS 인플루언서의 연출된 삶, 메타버스 공간, AI가 생성한 가상의 아이돌. 현대인은 실재보다 이 4단계의 이미지 속에서 더 큰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보드리야르의 절차적 단계보다 현실은 카오스 그 자체로 보인다는게 내 생각이기도 하다.
더불어 데리다의 칸트의 미학(파레르곤 = parergon)에 대한 반동의 사유도 공감해 볼 만한 내용이다.
https://hongbosal.tistory.com/m/258
세르의 탁견을 따르면,
인간의 이해 과정, 지성, 인지,
즉 사유는 바로 이 같은 축적화라는 광범위한 뭄짓에 종속되는 것이다...
전체 맥락에서 이미지와 말에 내포된 현실성과 주관성의 문제는 베르그손과 들뢰즈 철학을 복합적으로 참조하여 이해할 수 있다.
베르그손이 주목한 순수 기억(pure memory)은 순간적으로 저장되어 소멸하는 휘발성 자극과 구별되며,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 개념은 주관성 내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의미의 주름(wrinkles) 은유를 통해 기억과 사유의 역동성을 형상화한다.
사회적 정체성을 성립하는 데 근간을 이루는,
망각할 수 있는 자연적 능력은 디지털 기억의 편재성과 영속성에 의해 위협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
(...)
무엇보다도 또 다른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잠재력에 족쇄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망각이 없는 이 같은 보편적 기계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 요소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다른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제기되는 잊혀질 권리의 행사는 자신의 개인 데이터에 대해 스스로가 관리할 수 있는 자율을 말하며,
상황에 따라 이 같은 자신의 디지털 정보를 제거하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억과 망각 간의 새로운 균형 수립에 대한
인간학적 정치적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Forgetting Curve)에 따르면

인간은 정보를 학습한 직후 20분 만에 42%를 잊어버리고,
하루가 지나면 70% 이상을 망각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철학자들의 지평 속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일찍이 니체는 유명한 아포리즘을 남겼는데
"망각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자신의 실수조차 잊기 때문이다."
그가 꿈꾸던 위버멘쉬(절대자나 외부 기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가치를 창조하며 삶의 시련과 고통을 긍정하고 극복해 나가는 주체적인 존재)로
나아가는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라 했고
샤르트르의 "자기기만" 역시 무한한 책임과 공존하는 실존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에게 여백을 만들어 주는 저자의 에크리튀르에 나의 확장되는 시냅스를 짜릿하게 느낄 수 있었고,
언어인간학이라는 어찌 보면 방대한 주제를
내일로 시작하여 망각으로 마무리하는 저자의 통찰에 경의를 표하며 언어인간학 독후를 마무리하겠다.
#호모 디지탈리스, #Homo Digitalis, #망각곡선, #Forgetting Curve, #인간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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