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끄적끄적

내가 니편이 되어줄께

by 홍보살 2026. 5. 19.

감정의 밀도는 관계의 거리와 반비례한다.
진행 중인 이란 전쟁의 포화 속에서 수많은 민간인과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비극보다,
같은 동 아파트 이웃 주민이 인대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하게 된 일상적 사건에 우리의 감각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의 정서적 지향성은 시공간적 인접성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취약성의 크기는 관계의 거리에 비례한다.
타자와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우리는 자아의 방어기제인 페르소나를 유지할 통제력을 상실한다.

의지와 무관하게 날 것 그대로의 실존이 노출되는 것이다.

부부나 연인 혹은 가족처럼 밀착된 관계일수록 절대적 취약성이 드러나는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가족 혼은 연인끼리 다툴 때 "남보다 못하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수치심이라는 감정 역시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

타율에 의해 촉발된 수치심은 내적 성찰을 이끄는 긍정적 동력으로 전환되기 극히 어렵다.

따라서 관계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타자의 취약성을 교정하려는 선의의 충언조차도 주체에게는 모멸적 수치심으로 치환되기 쉽다.

분노와 상처의 칼날은 나와 타자 사이에 어떠한 완충 지대도 없을 때 치명적이다.

취약성이 온전히 드러난 친밀한 관계 속에서는 미세한 생채기조차 분노의 쓰나미로 돌변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드러난 유한성을 온정적 시선으로 유예하고
그가 스스로 주체적 자각에 이를 때까지 동일한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것은 아닐까?




적당한 곡일지 모르겠다.
커피소년 -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https://youtu.be/3VK5hdhfYfE?si=6_doLD3MXRxTGk6w

#수치심, #취약성, #유한성,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장스망 agencement  (1) 2026.05.26
주체 상실  (1) 2026.05.22
자성(自性)의 역동적 해체  (1) 2026.05.19
청자의 화자 전환  (1) 2026.05.18
본위적 배려(Self-oriented Caring)  (1) 2026.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