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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닉스(NIX)를 기억하나?

by 홍보살 2026. 6. 17.

영어 철자로는 NIX 이며 북유럽 전설속 "물의 요정"을 말한다.

90년대 청춘들에게 닉스는 국산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로 기억된다.
90년대 초중반, 기존의 캐주얼한 밝음 대신 몸선이 드러나는 도발적인 섹시함을 강조했던 브랜드.
여대생들의 필수 아이템이었고,
나이트클럽의 현란한 조명과 태우는 듯한 춤사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던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NIX


반면, 신화 속 물의 요정 닉스(Nix)는 아름다운 음악과 매혹적인 외모로 인간을 홀려 깊은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존재다.

우리 구전 설화의 구미호나 영화 [천녀유혼]의 소천(왕조현)이 그러했듯,
인간의 매혹과 파멸을 다룬 서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이 물의 요정은 훗날 안데르센의 각색을 거쳐 인어공주로 재탄생하지만, 서사의 뼈대는 변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언제나 '금기에 대한 자연의 응보'와 '유한한 인간이 마주하는 파멸의 정당성'이 깃들어 있다.
듣고 보면 참으로 허무맹랑한 Killing time용 서사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ㅠㅠ


이제부터는 나의 시선이다.
이러한 설화들의 기저에 깔린 공포는, 실상 권력의 도구로서 사회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위정자들의 이데올로기와 닮아 있다.
말이 좋아 권선징악이지, 그저 강을 건너고 싶어 했던 인간의 열망이 죽을 죄란 말인가?
지배자들은 늘 교묘한 패배주의와 인과론을 주입한다.

"잘못하면 맞아야지!
죽을만 하니깐 죽는거야!
게으르니까 가난한 거고,
불행도 결국 네 생각을 바꾸지 못한 네 책임이야!"

영화 [공공의적 2]에서 한상우(정준호)가 강철중(설경구)에게 다구리 중 쏟아내는 유명한 대사다.

"그런다고 누가 상줄것 같나? 공공의 행복을 위해서? 세금 몇만원 깎아주고 월드컵 축구나 계속 뵈주면 돼,. 누가 몇천억을 해먹던..."



위정자들은 대중에게 레테(망각)의 축복을 권한다.
현실의 모순 따윈 잊고,
주는 대로 소비하며,
철저히 무감각해지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거부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젊은 목동이 자신의 목을 조여 오던 검은 뱀의 머리를 물어뜯어 뱉어냈던 것처럼,
나를 결박하는 체념과 망각을 잘근잘근 씹어 삼키며 외칠 것이다.
"물어뜯어라! 머리를 물어뜯어라!"

내겐 스스로 삶의 입법자가 되라는 니체의 갈파가 온기롭다.

그나저나 아직도 NIX 청바지 팔긴 하나 모르겠다.


#NIX, #물의요정, #북유럽신화, #인어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