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대가 지났지만 19세기 역사의 시대를 넘어 20세기를 언어의 시대라 하지 않던가.
저자이자 언어학자인 김성도가 반복해서 말하듯,
이 책은 언어의 통시적 분석을 크게 촘스키의 생물학적·인지과학적 분석에서 출발하여 소쉬르로 대표되는 사회학적 언어 분석까지 이어지는,
인간 언어를 내면적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도로,
21세기 여전히 격동하는 언어가 어떤 조류를 타고 넘어설지,
또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관조하고 있다.

물론 논문을 편집한 책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강연 형식이기에 교양서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다루는 분야가 다양하여 잠시 머물고 지나가는 철학, 사회학, 진화생물학, 뇌과학 등의 내용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교양서가 지적 자극제로서 미시적 탐구는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는 점에 100퍼센트 동의한다.
서문에서 저자는 푸코의 철학적 문제화 의식이 자신의 언어학 지평에 녹아 있음을 밝힌다.
서문에는 없으나 푸코와 들뢰즈의 다소 다른 식자로서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아포리즘을 소개하자면,
"비판(Critique)이란 사물이 지금의 상태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비판은 자명해 보이는 것들의 토대를 이루는 전제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흔들어 놓는 작업이다."
: 푸코
"언제나 새로운 개념들을 창조하는 것, 그것이 곧 철학의 목표이다."
: 들뢰즈 - [철학이란 무엇인가]
저자에게 인간언어학의 출발점은 푸코의 사유처럼 변화를 자극하는 담론(Discours)을 만드는 발판이며,
들뢰즈의 사유와 같이 고착된 의미를 벗어나 빠르게 변모하며 생성하는 역동적 시선을 지향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책을 끝까지 읽은 독자는 이미 직감했겠지만,
이 책(언어인간학)은 섣부른 결론을 강요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의 열린 시선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와 독자 사이에 역동적인 상호관계를 만든다.
사유의 종착지가 아닌 출발점을 제공하려는 이러한 태도는
책의 부재 "인류는 소통했기에 살아남았다" 의 의미를 관통하며 마지막 결론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언어학자라는 본업에 갇히지 않고 철학, 사회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뇌과학을 넘나드는 저자의 문장마다 다독의 향취가 배인 여유로움이,
지루함이 스며들 틈새를 주지 않는다.

#인간언어학, #서문, #김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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