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that the accidental is merely the inevitable wearing the disguise of chance
필연은 늘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 E.H carr

이 책은 큰 에너지가 소모되지 않는 일상어로 쓰여진 부담없는 교양서다.
저자(미야자키 마사카츠)가 일본인이라 그런것인지 대한민국 술에 대해서는 뭉뚱그려 넘어가는 수준이라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1번의 정독과 목차만 읽어 보아도 술에 대한 상식이 한층 레벨업이 될 것이다.
우선 목차들이다.
1장 술과의 행복한 만남
1. 가장 오래된 술 봉밀주
2. 과실주의 챔피언이 된 와인
3. 유라시아 대초원이 키운 마유주
4. 바닷길을 따라 전파된 야자술
2장 열심히 술을 빚은 문명
1. 4대 문명을 대표하는 각각의 술
2. 메소포타미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맥주
3. 동아시아의 곡물주 황주
4. 벼농사와 숲이 낳은 일본주
5. 잉카 제국의 옥수수술 치차
3장 이슬람 세계에서 동서로 전해진 증류주
1. 중국 연금술과 그리스 연금술의 결합
2. 『코란』도 막지 못한 음주
3. 이슬람 상권이 러시아에 탄생시킨 보드카
4. 페스트의 공포가 키운 브랜디와 위스키
5. 액체로 된 보석 리큐어
6. 동쪽에서 전해진 증류기가 낳은 아락과 소주
7. 몽골 제국의 유라시아 제패와 아라길주
4장 바다와 항해가 넓힌 음주 문화
1. ‘대항해 시대’를 떠받친 와인
2. 항해의 최전선에서 성장한 주정 강화 와인
3. 대서양 항로가 키운 셰리주
4. 아스테카 문명의 위대한 유산 데킬라
5. 신대륙의 감자를 원료로 사용한 북유럽의 술
6. 맥주가 부족하여 탄생한 플리머스 식민지
7. 설탕 혁명과 싸구려 럼
8. 포경의 중계 기지 하와이의 ‘철의 엉덩이’
5장 근대 사회가 키운 술
1. 영국, 네덜란드가 주도한 술의 상품화
2. 고급술의 대명사 코냑
3. 겨울의 추위가 만들어낸 기적의 발포주 샴페인
4. 네덜란드가 낳고 영국이 기른 술 진
5. 독립전쟁과 버번위스키
6. 프랑스혁명에 색채를 가미한 와인
6장 거대한 인공 공간을 채운 술
1. 밤거리를 물들이는 바
2. 술 세계의 산업혁명
3. 챔피언이 된 라거 맥주
4. 저온 살균으로 세계적인 상품이 된 와인
5. 고흐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술 압생트
6. 알 카포네의 암약을 자극한 금주법
7. 글로벌 사회와 칵테일 문화
결과적으로 술의 진화과정은 우연으로 시작하여 레몬즙과 함께 대항해시대의 필수품으로,
그리고 또 하나의 문화자본으로써의 변주로 마무리된다.
이중 럼(rum) 과 진(Gin) 의 아픈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럼(rum)은 '설탕혁명'이 만들어낸 술이다.
설탕 생산 후 남은 당밀이나 사탕수수 즙을 발효 및 증류하여 만들어지고 해적의 술로 불리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님도보고 뽕도 따고, 일타 쌍피가 아닌가)
문제는 제조와 유통과정 속 인간의 탐욕에 문제가 있다.
사탕수수의 재배에 있어 노동력은 필연적이고 이것이 인간의 탐욕과 만나 악명높은 삼각무역(Triangular Trade)을 완성시킨 것이다.
삼각무역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유럽인들이 배타고 아프리카로 가서 총, 화약, 직물, 공산품(그리고 럼)을 판매한다.
그 댓가로 흑인들을 노예로 만들어 버린다.(납치 보다는 럼을 받고 동족을 팔아 치운 흑인들에 의한 노예화가 더 극심했다고 한다.)
이 노예들을 카리브해 플랜테이션으로 투입하고
그 농장에서 사탕수수로 설탕을 만들어 유럽으로 공급하고 남은 것으로 럼을 만들어서 다시 아프리카에 내다 팔아서 흑인들을 노예화 시키는 반복적인 무역형태이다.
이 반복 구조에서 럼은 아프리카 부족장들이나 중개인들에게 노예를 구매하는 주요 교환품 중 하나였던 것이다.
럼(rum)은 해적의 술로 미화되 상남자 혹은 마초남들의 전유물처럼 포장되지만 실상은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병탄된 역사를 머금은 술인 것이다.

두번째 진(Gin)은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약용주에서 명예혁명시 네덜란드 출신 윌리엄3세 즉위 후 영국의 국민주가 된 술이다.
그 이유는 윌리엄 3세의 프랑스산 브랜디와 와인에 대한 고관세 부과와 자국 농산물을 이용한 Gin 양조를 권장하게 되면서이다.
이로인해 런던에서는 값싼 진이 대량 생산되면서 사회적 재난 수준의 '진 크레이즈(Gin Craze)' 현상이 발생했는데
곡물 가격 하락, 도시 빈민층 증가, 정부의 주류 생산 장려 정책 등이 맞물려 진은 맥주보다 저렴해졌고, 빈곤층의 유일한 위안거리가 된것이 문제가 된다.
알콜 중독은 다양한 사회문제(범죄, 빈부격차 심화)가 야기되었고
이때 런던 빈민가에서 진(Gin)을 로얄 포버티(Royal Poverty : 왕이 부럽지 않은 가난)라는 별칭으로 불리우게 된다.
이렇게 진이 로얄 포버티(Royal Poverty)라는 별칭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기를 흔히는 빅토리아 시대(Victorian Era : 1837년 6월 20일 ~ 1901년 1월 22)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시기 도시 빈민들의 실상을 다룬 여러 사례들로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Two-penny Hangover 와 Four-penny Coffin 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삶속에서 진(Gin)은 충분히 서민들에게 부조리를 망각할 수 있는 도피처가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이는 주체의 소외를 가속화하고 스스로를 무화시키는 악순환을 가저온다.
진은 한국전쟁 후 고도 성장기에 18시간 노동 후 기숙사 앞에서 잠들기전 마시던 두꺼비(소주)와
힘겹게 3잡 알바를 견디고 고시원 쪽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우리 20대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들에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 Two-penny Hangover : 잠잘 곳이 없는 노숙자들이 2페니를 내고 벤치에 앉아 있으면, 가슴 높이에 밧줄을 매달아 잠든 상태에서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말 그대로 밧줄에 걸쳐서 자는 형태였으며 담요나 베개도 제공되지 않았다.
아침이 되면 밧줄을 치워 깨우고 다음 사람들을 받는 구조를 말한다.
※ Four-penny Coffin : 조금 더 비싼 4페니를 내면 시체 안치소의 관(coffin)과 비슷한 모양의 나무 상자에서 몸을 펴고 자는 시스템.
당연히 담요등은 제공되지 않는다.

술과 관련된 용어 중 우리 일상 속 많이 자주 회자되는 내용으로 본문을 옮겨본다.
도시가 발달하기 시작한 13세기경이 되자 음식 전문 선술집이 분리되었는데,
이것은 네덜란드어로 방을 뜻하는 '카브레트(cabret)'에서 유래한 카바레(cabaret)라고 불리며 각지의 지역 와인을 제공했다.
.. 19세기 이후의 '퍼블릭 하루스' 라는 선술집, 약자로 펍(Pub)이다.
산업혁명 후에 도시의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자 쇼를 즐길 수 있는 대규모 홀이 훌현하여 카바레라고 불리게 되었다.
호화로운 쇼로 유명한 '물랑누주(Moulin Rouge)'가 대표적이다.
..
급속한 서부 개발을 통해 대륙국가로 성장한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의 전선에 '살롱(Salon, 프랑스어로 고객이 휴식할 수 있는 장소)'이 사투리가 된 살룬(saloon)이라는 음식점이 확산되었다.
살롱은 이탈리아어로 '살로네(salone)'에서 유래했는데,
원래는 프랑스의 건축 용어로 개인 저택 안에 있는 손님 접대용 방의 의미했다.
당시 서부의 음식점에서는 나무 술통에 넣은 위스키를 글라스에 담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취객이 주인의 눈을 속여 마음대로 술통에서 술을 꺼내 마시는 경우가 종종 일어났기 때문에,
업자는 튼튼한 가로 봉(bar)을 설치하여 건너편에 있는 손님이 술통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
1830년대가 되자 바와 텐더(tender : 감시자, 심부름꾼)'가 한단어가 되어 바텐더라는 말이 생겼다.
술통을 지키보는 경호원이 필요했기 때문...

#술의 세계사, #로얄 포버티, #Royal Poverty, #Gin, #미야자키 마사카츠, #rum, #Triangular Trade, #삼각 무역, #Two-penny Hang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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