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인간사의 다양한 의견과 다양한 자리(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가벼운 술자리 안주)에서 대립되는 주제이다.
여기서 성(性)은 인간의 본성(本性)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우선 하나씩 따저보자.
[성선설(性善說)]
춘추전국시대 맹자가 주장한 "인간의 본성은 선(善)하다"는 학설이다.
맹자는 측은(惻隱),수오(羞惡),양(辭讓),시비(是非)의 능력이 기본적으로 인간에게 내제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와도 관통하는데 대표적으로 고자上편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
人性之善也猶水之就下也, 人無有不善, 水無有不下
(사람의 본성이 착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과 같으니 사람의 본성에는 불선함이 없으며, 물은 아래로 흘러내려 가지 않음이 없다.)
서양 철학자 중에는 대표적으로 공화정에 의한 사회계약설 주창한 루소가 있겠다.
(스콜라 철학자들 중 성선설에 입각한 철학자는 많으나 신의 필연적 구원으로의 귀결됨이 타협인지 생존의 문제인지 가름하기 어려운지라 제외한다)
전체적으로 성선설을 주장한 학자들은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자유로운 사색을 통한 사유를 지향하며 공화정(형태)를 지향하는게 지배적이다.
이는 군주정의 통치이론으로 적합하지 않아 널리 전파되는데 제약이 많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교과서만 봐도 노자는 다루지 않고 있고 오로지 공자..공자다)
맹자의 경우 군주정을 표방한 듯 보이지만 그 얼개(구조,시스템?)만을 인정할 뿐 사상은 공화정의 성격이 강하다.
아래는 공자의 발언 중 하나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군주는 하찮다.)
춘추전국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 보면 이 이상 용감한 진보주의자를 찾아보기 힘들것이다.
또하나 맹자의 방벌론(放伐論: 폭군을 시해하는 것)의 대표적 에피소드로가 <맹자:양혜왕> 나온다.
우선 중국 고대 역사상 국가 형성의 순서(하->은->주) 를 기억하자.
이야기는 제선왕의 역성혁명(혁명을 통해 국왕의 성씨를 바꾼다는 의미로 왕조가 바뀐다는 의미)에 대해 맹자에게 질문하며 시작한다.
제선왕이 맹자에게 "탕왕(은나라)이 걸왕(하나라)을 추방하고 무왕(주나라)이 주왕(은나라)을 정벌했다는데 사실입니까?" 라고 물었다.
맹자는 "전해오는 기록에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제선왕이 다시 물어 "신하가 군주를 시해하는 것이 옳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인을 해치는 자를 적(賊:도적)이라 하고,
의를 해치는 자를 잔(殘:잔혹)이라 합니다.
잔적(殘賊)한 사람을 일개 무도(필부)한 사내라 합니다.
한낱 필부에 불과한 자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군주를 시해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방벌론은 군주제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상이며 보수주의자 중 이 처럼 혁명적인 말을 할 사람이 있을까?
근래 뇌과학의 발견한 대표적인 뉴런 중 하나인 거울 신경세포(Mirror Neuron : 동물이 특정 움직임을 할 때에나 다른 개체의 특정 움직임을 관찰할 때 활동하는 신경세포)는 맹자가 주장하는 측은지심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타자의 고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실제 본인도 고통을 공감(Compassion: 고통을 함께한다. Empathy + Action)하는 뉴런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측은지심의 대표적인 예가 2001년 1월 26일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추락한 취객을 구하다 죽음을 맞이한 故 이수현님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일상(미디어를 포함) 속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
맹자의 고자 상 2장이 나오는 말로 인간의 본성은 선도악도 없이 태어난다는(마치 새하얀 도화지 같다고 하여 백지설로도 불리움)이라 주장이고
대표적인 동양철학자로는 고자가 있겠다.
고자의 대표적인 말로는
決諸東方則東流 決諸西方則西流
(인간은 "동쪽으로 물을 터주면 동쪽으로 흘러가고 서쪽으로 터주면 서쪽으로 흘러간다")
人性之無分於善不善也 猶水之無分於東西也
(인간의 본성이 선과 불선의 구분, 차이가 없는 것은 물이 동서의 구분 없이 흘러가는 것과 같다")
인간을 주체적으로 실존하는 인간이기 보다는 사회적 타협과 목적지향적 대상으로 교화 가능한 계몽의 대상으로 비라보는 사상으로 생각된다.
서양철학자 중에는 영국 경험론자의 시조인 존로크로 그의 사회계약론을 루소,홉스의 사회계약론과 비교보면 뚜렷하게 비교된다.
존로크의 경구중에 포함된 단어중 하나인 타불라 라사(tabula rasa : 라틴어로 '깨끗한 석판'을 뜻하고 백지설이라 번역된다.)는 그의 성무선악설 사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성악설(性惡說)]
고자도 일부 말한 바 있으나 대표적으로는 많이 알려진 동양철학자 순자가 있다.
순자는 인간은 악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예의와 교육으로 끊임없이 교화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는 빅히스토리 대표저서(총균쇠, 사피엔스)들에 지속적으로 기술되고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도 서슴없이 설파하고 있으며
베블런과 같은 행동주의 경제학자들이나 다수의 심리학자의 저서에서도 쉽게 노정된다.
큰 흐름 속 요지는 착취와 계급 형성의 반복으로 보는 저자의 단편적인 현상에 대한 서술이며 그 흐름 속 인간 본성에 대한 사유는 가벼운 면이 있다.
(물론 호혜적 인간이 취득가능한 이로움에 대에 서술한 바도 있으나 이또한 나 혹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한 이기적 행동 일명 이타적 이기주의로 묘사됨은 무척 아쉽다.)
서양철학자 중에는 전제군주정을 흠모하는 홉스가 있겠고 역시나 사회계약설로 로크와 루쏘의 사회계약설로 비교해 보면 좋겠다.
(다만 여기서 플라톤의 국가편에 불편했던 사람이라면 플라톤의 혼탁했던 시기의 정세와 비슷한 홉스의 시대적 배경을 조금 더 살펴본 후에 비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유대교의 아훼도 선악과를 동인으로 억지 삽입했으나 인간을 성악적 시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본다.
성선설과 반대로 성악설은 절대정의로 포장된 절대권력 앞에 순응을 강요한다.
그게 행복한 삶이요 영생의 길이라 갈파한다.
힘의 논리로 순응할수 밖에 없는 인간(여자나 경작을 하는자)에겐 자동으로 하등계급의 지위를 부여하고
강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멘탈 착취를 진행한다.(근래 국내 드라마의 클리세는 대부분 재벌 + 신데렐라가 주류이다.)
순응하지 않을때는 폭거로 대응하며 이게 힘들때는 군중을 분열 시킨다.(Divide and rules : 성별, 세대, 학군등등)
과거 한국의 학원영화를 보다보면 고등학생이 수업료를 지불하지 못해 교탁에서 선생에게 빠따를 맞는 장면을 가볍게 표현하는 장면이 있다.
이게 웃을 일인가 싶다. ㅠㅠ
결과적으로 성악설은 착취를 기본값으로 하는 엘리트주의(메리토크라시 : meritocracy)에서 배태되었으며 군주제를 표방했고 현대에 와서는 전체주의를 거처 신자유주의론자들과 함께하며 순환중이다.
순자의 성악설이 지향하는 방향은 맹자의 성선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작금의 물신숭배(배금주의) 시대로 접어들며 그 순수함은 강탈 당한 것 같다.
미주신경(迷走神經, vagus nerve 또는 제10뇌신경으로 인간의 뇌에 있는 12개 뇌신경중 10번째 뇌신경) 이라는말을 들어 보았는가?
사전적 정의로 미주신경은 심장과 허파, 위장관계에 대한 부교감 신경과 연결된 감각 섬유를 운반하는 뇌신경이다.
근래 놔과학의 발달을 근간으로 캘리포니아대의 대처 켈트너외 여러 과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미주신경이 활성화되는 경우 가슴이 따뜻하게 부풀어 오르는 듯한 느낌이 오고
타인의 선행을 보고 감동을 느끼거나 좋은 음악을 듣고 기분이 좋아질 때처럼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는 이타적 감정이나 윤리적 직관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물질적 기술진화는 가역적(초기 상황으로 되돌아올 수 있는 성질)일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
허나 인간의 뇌는 최소 수천년 역사동안 진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뇌는 착하던 악하던 백지이건 가역성을 보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균질화된 세월속에 호흡한 당신의 선택은
성선설(性善說) 성악설(性惡說) 성무선악설(性無善惡說) 중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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