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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

[호모 에로스] 독후- 0. 프롤로그

by 홍보살 2025. 7. 7.

고전 평론가 고미숙 작가의 [호모 쿵푸스 - Homo Kungfu : 공부의 달인] 이후의 연애 기술서 이다.

작가는 작업 혹은 낚시라 불리는 연애나 배금주의에 매몰된 거래로써의 사랑에 대한 경멸과 공부하지 않는 사랑이 배설한 현실의 폐해에 대해 고전과 현재를 넘나드는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설파한다.

 

단원별로 독후를 써보기로 했다.

오늘은 프롤로그를 소개한다.

프롤로그는 "사랑할때 꼭 기억해야 할 세가지 테제(These:강령)" 를 서술한다.

몇페이지가 안되지만 이 책 전체를 아우른다.

 

우선 초판 머리말부터 작가의 공부에 대한 값진 경구를 던진다.

마치 밀의 [자유론]에서의 벅찬 감동을 되새김할 수 있고

저자가 반복의 의미가 함의된 학습(學習)이라는 단어보다 "공부(工夫, gōngfū :지성과 교양을 갖춘 완벽한 사람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라는 단어를 사용한 의미도 엿볼 수 있다.

공부가 "동일성의 반복"이 아니라 "차이의 생성"이며 "부와 권력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
- 6p

 

 

테제 1 : 사랑하는 대상이 바로 "나"다!

어려서 사고를 치면 종종 부모님들은 아이에게서 문제를 찾기보다 

아이의 친구들에게서 그 문제를 찾으려한다.

사랑도  "이상형"이라는 대상의 객관식 문제 풀이로 귀결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이를 작업 혹은 게임으로 비유하고

사랑의 대상과 나 사이를 분리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다.

사람들은 사랑을 언제나 대상의 문제로 환원한다.
- 14p

 

 

테제 2 : 실연은 행운이다!

 

지옥으로 가는 실엔 호의와 친절로 가득 차 있다.
.....
헤어질때.. 선악과 시비, 인과가 그렇게 선명하게 갈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굳이 원인을 찾는다면, 시절인연이 어긋난 탓
.....
어떤 사건들 때문에 헤어진다기보다 헤어질때가 되어서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 16p

 

고전(로미오와 줄리엣)부터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다루는 로맨스는 불멸의 사랑을 미화한다.

"사랑이 변하니?",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실상 불멸의 사랑은 그저 망상이며 망동의 동인이 된다.

사랑에는 분명 변곡점이 존재함을 인정해야 더 소중하게 가슴에 품을 수 있고

타자에 대한 상호간의 공부로 생존하는게 아닐까?

 

 

테제 3 : 에로스는 쿵푸다!

앎의 크기가 내 존재의 크기를 결정한다.  -17p

사랑 혹은 에로스적 본능이란 단지 둘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가 외부와 맺는 모든 관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19p

섹스는 내 몸속에 있는 가장 부드러운 살들의 결합이다. 

 

 

난 여기에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경구를 추가하고 싶다.

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이다.

 

가슴속 화염을 유발하는 페닐에틸아민(일명 사랑의 묘약), 토파민, 아드레날린부터

온화한 관계 지속성을 만들어 주는 옥시토신까지...

사랑을 욕구와 소유로 귀결해 버리는 습속들 사이에서 공부는 optional 이 아니고 mandatory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