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타인의 시선 속에서 이해하며 자기 의식(Self-consciousness)을 타자 안에서 확인하려 하는 인간.
이러한 인간의 자기 인식 과정은 사회 심리학자 조지 허버트 미드(G.H. Mead)의 관점에서 볼 때
"나(I)"를 외화시켜 타인의 관점에서 본 사회적 '내(Me)'를 만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사자성어나 최근 뇌과학에서 밝혀진 "거울신경세포"의 역할은
이처럼 인간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경향성을 잘 보여준다.
사람은 홀로 고립되어 생존할 수 없고,
공동체 속의 일원으로만 생존이 가능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헤겔의 예나르 시기의 통찰을 담고 있는 강의 기록 [Jenaer Realphilosophie : 예나르 실제철학] 속에서 도움을 구해보자.
1. 사랑을 통한 무조건적인 인정의 시작
사랑관계 속에서 인정되는 것은 형상화되지 않은 자연적 자식이다
이 구절에서 헤겔은 사랑(가족단위를 포함)이 단순히 감정적인 교류를 넘어선
두 주체가 서로의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긍정하고 확인하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인정임을 말한다.
이는 현존하는 위계를 무시한 상대방을 그저 존재 자체로 받아들이는 경험이다.
이처럼 사랑을 통해 조건 없이 서로를 인정하는 경험은
복잡한 사회 속에서 서로 대립하는 주체들이 궁극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믿게 하는 근본적 토대가 된다.
2. 관계 속에서 탄생하는 권리
권리란 타인의 행위 속에 있는 개인의 관계이며,
이들이 자유롭게 존재하기 위한 보편적 요소들이거나 이들의 공허한 자유에 대한 규정 또는 제한이다.
이러한 관계 또는 제한은 내가 스스로 생각해내거나 외부에서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 대상 자체는 권리 전체,
즉 인정관계의 산물이다.
헤겔은 말한다...
권리란 단순히 법이나 규칙 혹은 혼자만의 사유만으로 오는 것이 아니며,
더불어 살아가는 현세에서 개인간의 관계의 방식이자 산물이다.
내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충돌하고 조화되는 구체적인 상호작용 속에서 권리가 발생하며 정의된다.
권리는 고립된 개인에게 주어지지 않으며
존재를 무시하는 "공허한 자유"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규정과 제한속에
타인과의 상호 인정속에서 실현되는 자유이다.
3. 인간의 본질은 인정 행위
인정 행위 속에서 나는 개별자가 아니다.
나는 당연히 인정 행위 속에서 존재하며,
더이상 매개 없는 현존재가 아니다.
인정된 자는 이 존재를 통해 유효하게 인정된 것이지만,
바로 이 존재는 개념상 산출된 것이며 이존재도 인정된 존재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인정받으며, 필연적으로 인정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필연성은 인간 본유의 것이며,
내용과 대립하는 우리의 사고의 필연성이 아니다.
인간 자체는 인정 행위로서의 운동이며,
이러한 운동이 바로 인간의 자연상태를 극복한다.
즉 인간은 인정 행위다.
헤겔은 말한다...
인간은 타인과 관계를 맺지 않고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인간은 타자에 의해 "인정받음"으로써 나의 존재가 현실속에서 확증되고
의식된 존재인 인간은 주체 상호간 혹은 (I)스스로가 외화시킨 (Me)의 시선을 통한 인정욕구 충족과
(I)스스로의 사유를 긍정적 인과반복(Positive Feedback Loop) 속에서 절대정신으로 진화한다.
인간에게 인정욕구는 추상적이지 않고 필연적이며 타고난 본질이다.
인정 행위 그 자체가 인간의 본질이다.

현대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수십 수백개의 페르소나로 자신을 표상하고
포획된 사고의 틀로 나를 바라본다.
헤겔의 말을 빌려도 공감과 사유의 반복인 것 처럼
나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 역시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페르소나를 넘어설 수가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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